폰트강좌

07 벡터타입 폰트를 모니터 스크린에 사용하기 위한 노력의 역사들

DTP(Desk Top Publishing)란 인쇄 출판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책이나 잡지 신문 등, 광고지와 같은 인쇄 출판물을 위한 디자인 작업을 책상 위의 컴퓨터에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 DTP로 인하여 사진식자, 화판작업(paste up), 촬영, 사진 분해, 제판에 이르는 옵셋 인쇄의 많은 공정들이 디자이너 한 사람의 작업으로 줄어버리는 엄청난 효율성 때문에 DTP는 인쇄 출판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이 DTP가 제대로 되려면 WYSIWIG(What you see is What you get:‘보이는 대로 얻는다’라는 뜻)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이루는데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모니터에서 보이는 폰트였다.

 

저해상도일 수밖에 없는 모니터 스크린에는 인쇄를 통해 나타나게 되는 정교한 폰트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찌그러지거나, 뭉개지거나, 희미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자신이 한 디자인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를 프린터로 출력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디자인의 짜임새를 보여주는 타이포그래피가 생명인 디자인 작업에서 디자이너가 모니터 화면을 통해 타이포그래피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은 DTP의 필요충분 조건을 만족시켜 주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DTP 프로그램을 만들어 파는 회사 혹은 그 용도의 컴퓨터를 제작하는 회사들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에 사용하는 폰트들의 모양을 모니터에서 제대로 표현해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두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인쇄 출력되는 타이포그래피의 수준을 구현해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모니터 스크린 환경을 개발하거나, 주어진 모니터 환경에서 되도록 선명하게 자신을 내보이도록 폰트를 가공하는 것이었다.

 

1 .애플사의 트루타입폰트와 폰트 스무딩기법


첫번째 방법으로 나아간 회사는 애플사였다. 전문적인 작업용 컴퓨터를 추구했던 애플사는 DTP에 심혈을 기울였고, 아웃라인 글꼴들이 위지위그 될 수 있는 컴퓨터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우선 애플사는 아웃라인 폰트의 글꼴 정보가(폰트프로그램이라 함) 바로 컴퓨터 모니터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트루타입 폰트를 개발했다. 이 트루타입은 어도비사에서 개발되어 사용되었던 포스트스크립트 방식의 폰트와는 달리 폰트파일 내에 분사정보를 가지고 있다.

 

DTP에 널리 사용되었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어도비의 폰트파일 방식인 포스트스크립트는 아웃라인 폰트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출력기인 프린터의 폰트폴더 안에 들어있고 그것이 프린터에 있는 RIP(Raster Image Processor: 분사이미지 처리장치)에서 계산되어서 나오도록 되어있었다. 따라서 입력이며 명령 장치인 컴퓨터에서는 출력장치에 들어있는 폰트프로그램이 들어갈 수 없었기에 출력되어 나오는 폰트의 타이포그래피 상태를 입력 모니터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위지위그가 구현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애플사에서 개발한 트루타입폰트는 분사프로그램을 자신의 폰트파일 안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프린트로 출력하는 경우, 폰트프로그램은 출력프린트의 해상도에 따라 레스트라이즈되고 모니터로 출력하는 경우에는 모니터의 해상도에 따라 레스트라이즈 되도록 하고있다. 이 분사프로그램의 역할은 폰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값을 계산하여 해당 해상도에서 점으로 뿌려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인데, 문제는 앞에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이 트루타입도 저해상도의 모니터에서는 흐려지거나, 찌그러지거나 뭉개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기 위해서 애플사가 착안하였던 것은 100% 검은 점(픽셀)의 명암을 조절하여 회색조로 나오로록 만들어, 글자꼴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보자는 것이었다. 즉 ‘점이 있다’와 ‘점이 없다’라는 단순 비트맵의 방식보다 글자의 획이 지나가는 픽셀의 경우 그 픽셀을 차지하고 있는 글자 획의 면적에 따라서 그 회색조의 농도를 조절하여 표현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를 폰트 스무딩(smoothing: 부드럽게 한다는 뜻) 기법이라고 하고 그레이스케일 표현 방식이라고도 하며, 비트맵이 가진 계단 현상을 줄여준다 해서 안티알리어싱(anti-aliasing)기법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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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4 그레이스케일로 표현된 우리바탕 폰트의 예

그런데 이 스무딩기법은 처음에는모니터를 지원하는 환경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아웃라인폰트를 그레이스케일로 표현해줄 수 있는 능력을 컴퓨터의 오퍼레이팅 시스템(OS라고 함)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애플사는 OS에서 이를 구현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일부 폰트가 크기에 따라서 흐리게 표현된다는 문제가 발생하였지만 글자꼴의 상태와 타이포그래픽적인 짜임새를 디자이너가 느낄 수 있도록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즉 WYSIWYG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애플사의 매킨토시는 전문 디자이너로부터 각광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컴퓨터가 전문가들이 사용하던 영역을 벗어나 일반 사용자들이 정보를 얻는데 사용하는 도구로 바뀌게 되는 시대가 바로 도래했다. 그것은 웹브라우저의 개발과 함께 세상을 지배하게 되어버린 인터넷 시대의 시작이었다. 인터넷 시대가 정보의 공유와 의사소통의 방식을 바꾼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폰트자체 세계와 폰트와 관련된 것에 대한 인식도 완전히 바꾸어버린 것이다. 이 인식의 전환은 출판의 엔드 프로덕트가 종이 인쇄로 가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에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80% 이상을 차지해버리는 시대가 되면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600 - 2000dpi 이상의 중, 고 해상도 위에서만 위력을 발휘하였던 아웃라인폰트는 인쇄 출판을 위해서는 여전히 유용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72-96dpi라는 저해상도에서도 제대로 자신의 글꼴을 표현하는 또 다른 폰트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었다.
이것은 이전의 애플사에서 개발한 안티알리어싱이라는 스무딩 폰트환경 기술만으로는 충분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보이는 것으로는 시안용으로 적합할 수는 있어도 출판용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저해상도의 모니터 화면에서 자신의 글꼴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폰트가 경쟁이 되는 세상이 펼쳐졌던 것이며 거기서 승리를 거둔 회사는 다름아닌 마이크로 소프트사였다.

 

2 . MS사의 폰트 힌팅기법


이제는 대부분의 PC사용자가 MS사의 윈도우즈를 OS로 사용하므로 윈도우즈를 기준으 로 하여 스크린폰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애플사에서 자랑한 비싼 값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하드웨어, 즉 스무딩 폰트기술을 MS사는 언제 선보였을까? 그 답은 "윈도우즈95 Plus! 팩"이다. 그런데 MS사가 스무딩 폰트 기술, 즉 안티알리어싱에 관심을 쏟은 이유는 DTP에 대한 관심에서가 아니라 보다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MS사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예5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홈페이지에서 발표한 내용

 

(예5의 번역) 이 작업(이전 어도비의 안티알리어싱 방식)은 우리가 웹에서 보고 있는 그래픽적인 로고나 배너의 제작에 사용되어져 왔다.(역주: 포토샵의 이미지 작업을의미한다) 이 작업은, 일단 글자들을 비트맵으로 전환시킨 다음, 디지털적인 별별 수작(jiggery pokery)을 다 동원하여 짜임새를 고르게 한다. 그런데 이 작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반복적이며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는 것이다.웹평론가이면서 서체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시겔은 웹사이트의 원본 내용 작업을하는 시간보다 문장을 안티알리어싱 시키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고 불평한다.(이 작업은 어도비 포토샵에서의 이미지 작업을 의미한다. 그 결과는 안티알리어싱이다.:역주) 그런데 이 작업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비트맵의 이미지로 만든 것이므로 더 이상 편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을 디자이너가 수정하거나 변경하려고 한다면 그는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안티알리어스된 로고나 배너, 혹은 아이콘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할지라도, 계속 이어지는 원고의 긴 문장을 그렇게 만들려고 할 경우에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데, 그것은 웹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부적절한 엄청난 크기의 비트맵 파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예5의 번역 끝)


 

예6 어도비 포토샵에 의한 글자의 안티알리어싱과 MS의 그레이스케일 환경에 의해서 나타난 글자의 안티알리어싱 상태의 비교; 출처 마이크로소프트사

 

앞의 번역문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MS사가 어도비사의 포토샵방식의 안티알리어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웹에서 사용되는 폰트의 질을 높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텍스트의 타이포그래피 질을 높이기 위해서 당연히 안티얼리어싱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래픽 이미지로 처리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미지 처리를 하게되면 수정(검색)불가능하며 파일의 크기 또한 엄청 커지기 때문이다.

 

MS사는 어도비사의 포토샵방식의 안티알리어싱과 달리 비트맵이 가지는 알리어스(계단)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더 관심을 두어왔는데, 그것이 바로 폰트의 벡터함수 값을 받아서 그것을 그레이스케일 환경이나 클리어타입 환경에 맞도록 힌팅을 주는 것이었다.


 

예7 그레이스케일 환경에서의 글자의 느낌과 그것이 확대된 모습의 비교. 글자의 가장자리가 회색조의 톤으로 다듬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8 클리어타입 환경에서의 글자의 느낌과 그것이 확대된 모습의 비교. 글자의 가장자리가 색깔로 다듬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MS사의 힌팅툴은 그레이스케일 환경이나 클리어타입 환경에서 거의 아웃라인과 같은 폰트의 느낌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었으며, 그렇게 표현되는 폰트를 윈도우즈의 기본 폰트로 삼아 전세계에 제공하였고, 그로 인하여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시대가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