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강좌

04 웹에서 사용하는 한글 폰트의 문제점

웹에서 사용되는 서체는 굴림체, 돋움체, 바탕체이다. 굴림체는 보통 본문 서체로 사용되고, 돋움체는 본문용으로도 사용되기도 하나, 이는 개인적인 차별성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용되고 있을 뿐, 일반적으로 돋움체는 제목용 서체로 사용된다.

 

1 . 웹에서 굴림체가 본문용으로 사용되어 온 이유

1) 모니터 환경에서 사용될 수 있는 한글 서체는 위 3가지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1 72dpi의 해상도에서 12pt글자를 보여지는 예

웹에서 글자가 펼쳐지게 되는 곳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 위다. 모니터는 컬러사진이 제대로 보여 꽤 정교하다고 여겨질지 모르나, 그것은 겨우 72dpi 정도의 해상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12포인트의 글자를 보여준다 했을 때 가로 세로 12x12=144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글자모양을 보여줄 뿐인데, 일반 프린터에서 글자의 모양을 제대로 구현하는데 보통 프린터의 해상도가 600dpi이고 옵셋 인쇄용 프린터의 해상도가 1500-2300dpi 정도라고 했을 때, 모니터의 해상도는 글자를 표현하는 해상도로서 황량하기 그지없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열악한 환경의 모니터에 글자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글자를 제대로 보여주는 첨단 기술로 처리된 스크린폰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을 할 수 있는 기술은 한국에는 없었다. 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은 마이크로 소프트(MS) 뿐이었다.

 

MS는 한국에 윈도우를 팔기 위해 바탕, 굴림, 돋움, 궁서 4가지만을 스크린용 폰트로 제작하여 윈도우에 사용하는 기본 폰트로 제공했다. (폰트 값이 윈도우 저작권료 안에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2) 결국 타국의 기술에 의해 한글문화가 지배당하고 강제된 실정인 것이다.

 

예2 윈도우에 기본폰트로 제공된 바탕, 궁서,
굴림, 돋움

우리는 굴림을 본문폰트로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굴종적으로 미국의 MS사가 선사해준 것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며 이런 문제가 품고 있는 문화적 열등감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3) 본문 폰트로서의 굴림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예3 굴림을 사용하고 있는 다음 뉴스본문

① 굴림의 원형 나루체는 원래 제목용 서체이다.
 

예4 굴림체의 원형인 나루체의 예

굴림 혹은 굴림체의 글꼴 원형은 나루체이다. 나루체는 출판물에서 본문체로 사용되던 명조체와 고딕체의 제목용 서체로 제작되었다. 명조체의 제목용 서체로는 고딕체가 있었지만, 잡지에서 고딕체가 본문체로 사용될 경우에 이것보다 위에서 자신의 특징을 밖으로 드러내는 서체의 필요성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영어의 고딕체라 할 수 있는 산세리프체인 유니버스나 헬베티카를 본문으로 사용할 때 바우하우스체 같은 둥근 형의 서체를 제목용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역시 일본이 서양의 폰트제작 원리를 답습하여 만든 것을 우리가 그대로 따른 것일 뿐이다.

 

② MS가 굳이 굴림을 선택하고 우리도 굴림을 본문으로 선택한 이유는?

72dpi의 모니터 스크린의 환경에서는 엄청난 스크린 폰트 제작기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영어의 세리프체나 그것보다 훨씬 정교한 명조체를 표현할 수가 없다.

더구나 모니터에 보이는 이미지는 종이처럼 반사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발광하는 빛의 이미지이다. 반사광과 발광은 그 특성에 있어서도 그 표현의 정교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정교한 변별력을 가진 명조체보다 거친 변별력을 가진 고딕체가 모니터 환경에서는 더 큰 가독성을 지닌다. 반면 기존의 한글 고딕체는 나름의 정교성을 가지기 위해서 클립(비침)을 사용했다. 이것은 모니터 환경에서는 글자 표현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기에 비침이 없는 글자인 돋움체의 출현이 필요했다.

하지만 돋움체는 받침이 있는 글자와 없는 글자간의 차이가 너무 뚜렷했다. 그것은 글줄을 형성하는데 대단히 방해가 된다. 다시 말하면 돋움체는 명조체와 같이 전체적으로 높이가 다른 크기의 사각형을 형성하기 때문에 모니터 환경에 알맞지 않은 것이다.

 

  예5 돋움체를 사용하는 네이버 뉴스 페이지의 예

전체적으로 같은 크기의 사각형을 만들어내지만, 출판에서 명조체의 부드러움을 줄 수 있는 글자로는 굴림체가 그런대로 적절하다고 보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굴림체를 대표적인 본문체로 사용하기 위해 스크린폰트화 시키는 폰트로 선정했을 것이고, 결국 한국 사람들은 모니터에서 변별력이 없는 바탕체보다는 굴림체를 본문용 서체로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③ 굴림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은?


굴림이 좋아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굴림은 어쩔 수 없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 폰트에 지나지 않는다. 굴림을 대체할 폰트는 돋움과 바탕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결함을 지적하기 보다는 그것에 적응하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시각 문법에 의거한 제목용 서체라는 근본적인 문제 외에도 굴림체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 전각폰트로서 자간이 넓다.
이 자간을 좁히기 위해 웹디자이너들은 마이너스 자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마이너스 자간 글자 사이에서 착시를 일으키는 결과를 낳았다. 위에서 강조한 대로 지금 인터넷에서는 비상식적으로 자간을 띄우는 무책임한 횡포가 벌어지고 있다.

- 글자의 뚱뚱함이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미학적 수준을 떨어뜨린다.
모니터는 세로 가로 3:4인 직사각형이다. 즉 1:1.33의 평면이 모 평면인 것이다. 이런 모 평면에 따른 판면의 분할이 최소 공간인 하나의 낱자 공간 또한 1:1.33 정도의 비율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의 등비례로서 이미지의 크기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편집디자인 기법이다. 그런데 굴림체는 정사각형에서 가로로는 약 90%를 차지하고 세로는 80%를 차지하는 평체의 모양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자간 폭을 10% 줄인다 하더라도 (16px 사이즈의 글자를 사용할 경우 -1px 자간 좁히기는 1/16=0.06, 즉 6% 정도의 자간 좁히기에 지나지 않는다) 0.8:0.8의 정사각형이다.

출판에서는 고딕체 종류의 활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장체를 사용한다. 그것도 가로의 너비를 20%에서 30% 축소한 장체를 사용함으로써 1:0.7인 종이면의 비율과 닮은 비율을 사용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웹에서는 글자의 가로 폭을 축소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따라서 본문형인 장체형으로 줄여보고자 하여도 도저히 줄일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굴림체를 장체형으로 만들었다면 해결될 일인데, MS사의 타이포그래피 담당이 한글을 장체형으로 변형시켜 쓴다는 한국의 타이포그래피 상용방식을 알고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 글자의 구성요소간의 통일성이 없다.
- 띄어쓰기, 즉 어간의 값이 적절하지 못하다.

 


2 . 서체 이외의 웹에디터 상의 문제점에 대해

1) 글줄 편집의 뒤흘리기가 일본식으로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웹에디터에서는 양끝맞추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오른쪽 흘리기(flow)를 사용하는데, 한글의 경우는 단어와 토씨 등을 포함한 어절이 하나의 글마디이다. 그런데 지금은 끝흘리기에서 잘리는 기본인 어절 단위로 잘려서 다음 행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절 중간에서 잘리는 웃지 못할 현상이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다.

예6 어절 중간이 잘리는 네이버 뉴스본문

이것은 띄어쓰기를 한다는 한글 글짜임의 기본적 특성도 모르는 MS사의 무관심에 기인한다. 중국어나 일본의 글쓰기에는 띄어쓰기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글자 사이에서 자르는 것도 무방하다. 그런 일본어와 중국어의 편집 특성을 한글 윈도우에 그대로 적용해버린 것이다. 이것은 한글의 편집이 영어와 같이 어절에서 잘려 흘리기가 될 수 있게 수정하도록 MS사에 요구해야 될 사항이거나, 영어처럼 흘리기 되는 TAG를 쓸 수 있도록 요청하여야 할 사항이다.

 

 

2) 한글 특성에 따른 편집 문법의 디폴트값이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한글 서체의 특성상 가장 알맞은 행간의 값이 얼마인지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출판에서는 글자크기의 50%에서 60%로 커지다가 지금은 80% 정도가 알맞다고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웹은 모니터의 발광적 특성상 출판물보다는 더 넓은 행간 값이 요구된다.
그런데 오히려 웹에서의 행간 값은 50% 이하인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은 에디터가 가지고 있는 디폴트값의 영향 때문이다.

디폴트란 편집에 무지한 사람이 사용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값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웹에서의 디폴트는 영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한글 웹에서는 한글을 기준으로 에디터의 디폴트값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 인터넷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 어디에선가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하여야 한다. 문화적 범죄는 벌금을 내거나 체형을 받는 차원은 아니다. 그러나 그 폐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문화는 정신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 폐해의 근원이 외국이라고 변명만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일이 아님은 물론 상식이다. 우리 인터넷 활자 환경이 우리 문화를 병들게 한지 오래 되었다. 우리 인터넷 환경의 개선을 위해 관심있는 사람들의 뜻과 의지가 모아져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